국회의원이 정부 부처 차관까지 겸직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주도로 그제 발의됐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한정된 겸직 가능 대상에 차관급 이상 ‘정부위원’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금배지 차관법’인 셈이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당내 공론화 과정이 없었을 뿐 아니라 김 의원을 비롯해 공동 발의 의원 명단에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여럿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초선 의원 시절부터 국정 운영에 폭넓게 참여해 행정 경험을 축적하면 다선 의원이 돼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보다 관록 있는 행정을 펼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정무차관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초선 의원들의 인심을 얻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정 이해도가 떨어지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가 내각제 국가도 아닌데 영국이나 일본처럼 차관까지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 난센스에 가깝다. 없던 자리를 만들어 국정 경험을 쌓을 게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소속 상임위원회의 피감기관 이슈를 공부하고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역량을 키워가는 게 상식적인 방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검토보고서에서 “대통령제 권력구조와 의회-행정부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우려한 것이다.
입법 배경에는 최근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문제를 둘러싼 당정 갈등에서 보듯 174석의 다수 의석을 갖고도 행정부가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듯하다. 개정안은 임기 말 ‘공무원 다잡기’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공포 시점을 내년 대통령선거 이후인 2022년 4월 1일로 했다고 한다.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장차 행정부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입맛에 맞는 정책과 입법을 당정 불협화음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면 철회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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